저자 최문정 | 출판 한스미디어 | 2021.03.30 080‘적뢰(摘蕾)', ‘적화(摘花)', ‘적과(摘果)'는 나무에 핀 꽃봉오리를(적뢰), 꽃을(적화), 열매를(적과) 따내는 일을 의미한다.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새 생명에 너무 많은 힘을 쓰다 지쳐버리지 않도록 다스려주는 것이다. 지치지 않도록 다스리기. 우리 자신에게도 필요한 일 같다. 082‘분경'이란 경치를 화분에 담는다는 의미로 미완의 묘목이나, 돌, 이끼, 모래 등으로 풍경을 표현하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완벽한 자연도 없고 완벽한 기억도 없고 완벽한 나도 없다. 117“나무줄기의 중심부는 죽어있는데, 그 죽은 뼈대로 나무를 버티어주고 나이테의 바깥층에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난다. 그래서 나무는 젊어지는 동시에 늙어지고 죽는 동시에 살아난다. 나무의 삶과 나무의 죽음은 구분되지 않는다. 나무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르다. 내용이 다르고 진행 방향이 다르다.”-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중에서 우리가 직접적으로 식물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식물의 모양을 흉내내고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어딘가 모자라고 부족하다. 당장은 그럴싸하고 괜찮을지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지속하기에는 얕은 것이다. 나는 다양한 형태의 '식물'을 경험하기로 마음을 먹고 동생에게 제안을 했다. 공원을 걷고 식물원에 가는 일을 넘어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찾아서 보고 듣고 느끼기로. 그렇게해서 우리의 첫 걸음은 작업실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서울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식물 대백과'를 비롯해 식물을 다루는 사람들이 쓴 에세이 몇 권을 빌렸다. 식물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를 읽고 배우고 싶었다. '식물하는 삶'은 그 제목부터 나의 필요와 맞닿아있었다. 식물 스튜디오 '오이타'를 이끄는 최문정 디자이너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가볍고 편안하게 읽기 좋아 스타터로 적당했다. 나는 새로운 언어들(적뢰, 적화, 적과, 분경 등)에 눈을 반짝였고 저자의 경험을 읽어나가며 마음을 환기시킬 수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꽃을 떠야 좋을까. 어떻게 해야 지치지 않고 우리의 kotbat 꽃밭을 일궈나갈 수 있을까. 무겁게 갇혀있던 생각과 고민들을 조금씩 열어나갔다. 10 august, 2022Noru Yang 양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