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누군가 내게 알뿌리식물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알뿌리인 것 자체가 매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땅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는 이유도, 이른 봄 그 어떤 식물보다 빨리 꽃을 피우는 이유도 모두 이들이 비대한 알뿌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027설강화의 작은 알뿌리든 수선화의 큰 알뿌리든 때가 되면 각자의 꽃을 피우고, 각자의 씨앗을 맺는다. 누가 더 대단할 것도 없고 누가 더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저마다의 꽃을 저마다의 시기에 피울 뿐이다. 그러니 이 작은 알뿌리들처럼 나 역시 내 존재를 다른 무엇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며 삶을 열심히 살아내면 그뿐이라고. 삶에는 이겨내야 할 추운 겨울이 있으면 꽃을 피우는 따뜻한 봄날도 있다는 것을, 내 손에 쥐여진 작은 알뿌리들이 알려주었다. - 이소영, ⌜식물과 나⌟ 글항아리, 2021 19 august, 2022Noru Yang 양노루